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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발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던 마케터의 최후. #교만과겸손
    일상/일상다반사 2022. 12. 19. 08:47

    자만심과 의욕이 넘치던 시절이 너무나도 길었지만  스스로는 그러한 상태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 몇 년 동안 그랬는지도 미처 모르겠는, 마케터의 독백

     

     

     

    흉내 내는  부끄럽다고? 
    그런 생각을 버려야만 바싹 마른 스펀지처럼 외부의 정보를 쏙쏙 흡수할 수가 있단 말이야.
    .....
    그렇다고 그대로 그걸 똑같이 흉내 내기만 해선  . 
    중요한  어떤 요리든 자기 나름의 아이디어를 더하지 않으면 매력적인 상품이   없다는 거야.

    - 우노 다카시 <
    장사의 > 중에서

    얼마 전 읽은 우노 다카시의 <장사의 신>에서 발견한 문구. 나의 씁쓸한 과거가 떠오르게 한 문구다.

     

     

     

    단순히 시키는 것, 요구하는 것들만 기계적으로 수행하던 시절이 지나고

    마케터로서 나의 아이디어들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졌을 때부터,

    또 '그럴듯한' 작은 아이디어들을 사람들과 나누며 인정받기 시작한 시기부터,

    내 속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갈망이 자라기 시작했다.

     

    이 생각은 '남다는 것'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동시에 타인으로부터 감탄을 듣고 싶은 욕심으로 자라갔다.

     

    '나만의 감각'을 키운다는 명목 하에 이미 존재하는 방법이나 아이디어들을 공부하거나 배우는 것을 소홀했고

    툭툭 튀어나오는 생각, 반농담처럼 가볍게 던져지는 아이디어들에 재미를 들리기 시작했다.

     

    일정 성과를 거둔 부분도 있었지만, 세기의 천재가 아닌 이상 이 방식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는 걸 확실히 배웠다.

     

    이러한 시기를 보낸 결과,  진짜 실용적인 것-현실적이고 더 효율적인 것-을 고려하는 감각이 한없이 떨어졌다.

    과거에 성공한 아이디어만을 포트폴리오에 담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실패 요인에 대해서는 시간이나 재정, 인력이나 리더의 결정 등, 환경적인 것에서 원인을 찾았다.

    물론, 이것들이 결정적 실패 요인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만' 요인을 뒀고, 또 실무자로서 현실을 고려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발전 없이 남 탓만 했다.

     

     

    스스로가 그러한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지던 중

    회사의 홈페이지를 리뉴얼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그동안 홈페이지 관련 업무라고는 철저한 보조 역할이었기에 살짝 걱정은 됐지만,

    '감각'을 되살려 보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시작.

    그런데 기본적인 디자인 콘셉트부터 도무지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답답해서 다른 '좋은' 레퍼런스들을 찾아봤지만, 나의 초점은 이전과 동일하게

    '이것들과는 다른, 더 좋은 아이디어'에 맞춰져 있었고, 결국 아무것도 생각해내지 못했다.

    다른 결과물들에 대한 감탄한 하다가, 그들의 아이디어 퀄리티에 감탄만 하다가 창을 닫았다.

     

     

    한참을 헤매고 나서야 방향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

    (이런저런 책도 찾아봤고, 대표님과 상담을 했고, 스스로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해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설사 그런 걸 누군가 그런 것을 생각해 낸다고 해도 너무 낯설기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효과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예술가로서는 모르되, 사람들과 소통하는 마케터로서는 실패.

    그렇기에 기존의 좋은 것들을 잘 보고, 조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것들이 하나의 아이디어를 더해 고유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현실을, 효율을 고려해야 한다.
    끝까지 실현시킬 수 있는가를 고려해야 하며, 이것이 우리의 목적을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이것 때문에 안된다'는 핑계보다는 '그렇다면 이것을 넘어서서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는가'를 생각해 내야 한다.

     

    사수에게 진작에 들었을 수도 있는

    아니 겸손했다면 스스로 깨달을 수라도 있었던

    ...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미 책이나 강연 등을 통해서 들어왔던 것이건만

    교만한 존재였음을 인정하며, 그 실패의 경험을 남긴다.

     

    솔직히 이 실패의 경험과 마음고생들을 구체적으로 적지는 못하겠다. 

    .. 눈물이 난다...

     

     

    새벽 어스름을 담고 싶었는데, 아이폰의 밝기 자동 보정 기능의 결과다. 앗, 그 기능 끄고 할걸.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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